10월 18일 MLB 시애틀 토론토 스포츠중계

케빈 가우스먼은 2025 정규시즌 동안 3.59의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 3.41, 기대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xFIP) 3.77을 기록하며 실제 투구 내용은 훨씬 뛰어났음을 증명했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탈삼진율(K%)과 볼넷 허용률(BB%)의 차이로 나타나는 K-BB%에서 드러나는데, 정규시즌 17.9%라는 엘리트 수준의 수치는 리그 최상급의 구위와 커맨드를 동시에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가우스먼의 투구 레퍼토리는 시속 90마일 중반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54%)과 타자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스플리터(38%)의 조합에 극도로 의존한다. 포스트시즌 두 차례 등판에서 총 11.1이닝, 2.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두 경기 모두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는 3번째 타순을 상대할 때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벤치의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되며, 5차전에서도 그의 이닝 소화 능력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1차전에서 시애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지만, 일주일 만에 같은 타선을 다시 상대하는 것은 타자들에게 조정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애틀 타선이 그의 결정구인 스플리터를 얼마나 선별해 내느냐가 이번 등판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반면, 브라이스 밀러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극명하게 다른 투수다. 정규시즌 그의 성적은 포스트시즌 선발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5.68의 높은 평균자책점은 5.17의 FIP와 5.18의 xFIP가 증명하듯 불운이 아닌 실력이었다. K-BB% 역시 10.2%에 불과해 압도적인 구위나 정교한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두 번의 등판에서는 10.1이닝 동안 단 2.6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특히 1차전에서는 조지 스프링어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한 이후 6이닝 1실점으로 토론토 타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그러나 이 호투의 이면에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그의 포스트시즌 탈삼진은 10.1이닝 동안 단 5개에 불과하며, 이는 그가 타자를 압도하기보다는 범타 유도에 크게 의존했음을 의미한다. 1차전에서 그는 땅볼(5개)보다 훨씬 많은 뜬공(12개)을 유도했는데, 이는 홈런 억제력이 뛰어난 T-모바일 파크의 이점을 톡톡히 본 결과다. 하지만 3차전에서 토론토 타선이 같은 구장에서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구장의 이점을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어, 밀러의 뜬공 유도 전략은 언제든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그의 포스트시즌 호투가 실력의 반등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성공이었는지가 5차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월드시리즈 진출의 교두보가 될 ALCS 5차전은 양 팀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흥미로운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토론토는 선발 투수와 팀 전체의 수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시애틀은 리그 최강의 불펜과 홈 이점을 앞세워 반격을 노린다. 이 창과 방패의 불균형 속에서 경기의 승패는 결국 '케빈 가우스먼이 얼마나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분석을 종합해 볼 때, 경기 초반의 흐름은 토론토가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브라이스 밀러의 제구 불안과 피홈런 허용 가능성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조지 스프링어를 필두로 한 토론토의 정교하고 인내심 있는 타선을 상대로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토론토 타선은 밀러를 조기에 공략해 3-4점 가량의 리드를 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케빈 가우스먼은 시애틀의 강력한 타선을 상대로 몇 차례 위기를 맞겠지만, 관록을 바탕으로 6회까지 2-3실점 내외로 막아내며 리드를 지켜낼 것이다. 문제는 7회부터 시작되는 불펜 싸움이다. 여기서부터 경기는 시애틀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1차전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안드레스 무뇨스와 맷 브래쉬가 투입되는 순간, 시애틀 마운드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변모한다. 반면, 토론토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제프 호프만, 세라토니 도밍게스 등 불안 요소가 가득한 불펜을 가동해야만 한다. 시애틀 타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하며 경기를 접전으로 몰고 갈 것이다. 결국 승부는 토론토가 경기 초반 밀러를 상대로 얼마나 큰 점수 차를 벌려놓고, 그들의 취약한 불펜이 시애틀의 막판 추격을 얼마나 최소화하며 버텨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결정적인 변수는 가우스먼의 조기 강판 여부다. 만약 그가 5이닝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다면, 시애틀의 역전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가 6회 이상을 책임진다면, 토론토가 경기 초반에 확보한 리드를 힘겹게나마 지켜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